(백덕현 에세이) 사적 관계를 끌어들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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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덕현 에세이) 사적 관계를 끌어들이지 마라


 

내가 브랜드 부장 시절의 이야기다. 당시에는 완성품이 창고에 입고되기까지 여러 개의 부자재가 필요했다. 그중 몇 개는 그룹 가족의 친인척이 관여하고 있었다. 나는 봉제에서 다른 본부로 왔으니 그가 누구인지 몰랐다. 내가 매장에 다닐 때 일부 부자재의 품질이 좋지 않고 납기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자주 있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기획과장이 나에게 와서 폴리백을 생산했는데 색상이 조금 잘못 나왔다며 사용 여부를 문의하러 왔다. 내가 보니 우리 색상이 10 정도이면 그 제품은 6.5 정도이었다. 내가 매장 다니며 들었던 그 협력업체였다. 나는 입고를 금지하고 다시 생산하라고 지시하였다. 담당 부장이 품질 문제로 사용하지 못한다고 하니 다른 부서에서도 할 말이 없었다.

 

아마 당시 금액으로 2,000만원 정도로 기억한다. 부자재 업체로서는 큰 금액이었다. 하루는 관리부장이 나에게 와서 그 업체가 코오롱과 친척이라며 가능하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하는 것이었다. 내수 사업부에는 코오롱 친척이나 친구분이 두세 명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과거에 그러한 문제로 일부 직원들이 꾸중을 들었다고 한다.

 

나는 이러한 것이 과거의 관행이라고 말하고 안 된다고 하였다. 기획과장은 나중에 문제가 되더라도 자기가 아닌 부장이 꾸지람을 듣게 되니 그냥 넘어갔다. 나는 그 업체 사장님을 면담하기로 하였다. 사장님의 하소연을 듣고 나서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 사업으로 돈을 버세요?”

 

사장님 대답은 돈을 벌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나는 돈도 못 벌면서 왜 코오롱 얼굴에 먹칠하고 다니시냐? 그리고 회장님을 잘 아시면 더욱 잘하셔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고, 앞으로 잘 해주시라 부탁하며 잘못된 제품은 사용하지 못하겠다고 거절하였다.

 

그 후 관리부장이 나에게 와서 그분이 코오롱과 아주 가까운 친척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과거에 처신을 잘하지 못해 꾸중을 들었던 이야기를 해 주었다. 나는 정확히 이야기했다. 잘못된 제품은 잘못된 것이다. 이러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또 잘못된 제품이 나오고 품질 향상이 안 된다. 과거에 각서를 받고 입고시키는 제도가 있으니 개혁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서 어떻게 소비자에게 우리 제품을 사달라고 하는가? 불량품은 그것이 어떤 것이든, 누가 생산을 하였든 사용할 수 없다. 그래서 그 사건은 일단락이 되었다.

 

그리고 이 사건이 소문나면서 협력업체에서 품질에 대한 인식이 더 높아졌다. 그 일이 있고 많은 시간이 흘렀을 때 내가 알고 있던 명예회장님 친구분이 나를 찾아오셨다. 그분은 명예회장님 친구였지만 업무 처리는 정확한 분이었다. 백 부장하며 폴리백 이야기를 했다. 명예회장님이 그 이야기를 하면서 백 부장을 칭찬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자기 관리를 하지 않고 남 탓만 하면 관행은 타파되지 않고 돌아오는 불이익은 자신의 몫이 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당시 그 금액은 협력업체에 너무 큰 부담이었다고 한다. 내가 그 부서를 떠나고 부장이 바뀌고 나서 그 협력업체가 부도가 날 수 있어 그 제품 일부를 인수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기 관리를 하지 않으면서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려고 하면 그 화살은 반드시 자기에게 되돌아오는 법이다.

 

 

 백덕현은 1951년 경기도 파주에서 태어나서 연세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1977년 코오롱에 입사하여 잭 니클라우스 팀장 코오롱스포츠 사업부 이사 등을 역임하며 생산과 유통 분야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1년 당시 상무 직급으로 FnC코오롱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으며, 2004FnC코오롱 중국법인장을 맡아 중국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2009년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대표이사로 복귀하여 코오롱그룹의 패션사업 부문을 이끌었다. 18대 한국의류학회 부회장을 역임했고 2016년에 제3대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원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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