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쓰는 편지) 질투의 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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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쓰는 편지) 질투의 화신

하늘나는펭귄 0 2020.12.10

이수는 100일 즈음부터 옹알이를 잘 했습니다.

옆에 누워 그림책을 읽어주면 눈이 똥그래지면 옹앙옹알옹알이를 했습니다.

옹알이를 너무 잘해 세상의 모든 아빠가 그렇듯이 저도 이 녀석 천재구나!’라고 생각했더랬습니다.

 

100일이 지난 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의 일입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니 이수가 침대에서 자고 있더군요.

(당시 침대는 엔티크 풍이라 높이가 꽤 높았습니다)

 

이수가 깨지 않게 조용히 마눌님이 차려준 저녁을 먹으며 이런저런 애기를 하고 있는데...

!..........침묵..... 으아아아앙!!!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몇 초 후 이수가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습니다.

방에 들어가 보니 이수가 뒤척임을 하다 침대에서 떨어진 겁니다.

.. 그 어린 놈이 몇 바퀴를 굴렀길래....

아무튼 그 뒤로 한 동안 이수는 옹알이를 하지 않았습니다.

 

며칠 전 이수랑 저녁을 먹다가 아기 때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넌 옹알이를 잘했다, 그림책을 보며 옹알옹알 잘도 말했다.... 네가 침대에서 떨어지지만 않았어도, 지금 보다 몇 배는 똑똑했을 것이다등등...

 

아빠! 뭐야 지금 나보다 다른 이수를 더 좋아하는 거야?”

무슨 소리야.. 이수 어릴 때 얘기하는 거잖아!”

아니. 아빠 얘기는 지금 난 멍청하고, 옛날 아기 때 이수는 똑똑하다는 거잖아~~”

, ,지금 이수 너도 똑똑한 데 그 때 일이 아니었으면 더 똑똑했을 거라는 얘기지...”

그 말이 그 말이지.. 어쨌든 난 옛날 이수보다 덜 똑똑하다는 거잖아...”

.. 그렇게 결론내면 안 되지...”

 

. 이녀석 질투의 화신입니다.

어떻게 자신의 과거를 질투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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