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쓰는 편지) 이수와 잠자리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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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쓰는 편지) 이수와 잠자리 대화

하늘나는펭귄 0 2020.09.03

요즘 이수는 친구와 수다 삼매경에 빠져 있습니다.

저녁을 먹고 나면 잠자리에 들 때까지 휴대폰을 붙들고 친구와 수다를 떱니다.

통화하며 게임을 하고, 역할놀이도 하고, 서로의 고민상담도 하며 몇 시간이고 통화를 합니다.

 

이수에게 휴대폰을 그만두라고 해도 하루를 넘기지 못합니다.

이수가 휴대폰을 놓고 아빠 곁에 와 있을 때도 딱히 놀아줄 것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수는 그네놀이, 무등타기, 이불로 감싸 들어올리기 등등을 해달라며 조르지만, 아빠가 손쉽게 들어올리기에는 이수가 너무 많이 자랐습니다.

 

이수는 어릴 적 아빠와 즐거웠던 놀이를 하며 보내고 싶지만 아빠는 그럴 힘이 부족합니다.

그렇다고 코로나가 극성인 상황에서 밖에 나가 신나게 뛰어 놀 수도 없습니다.

결국 이수는 친구와 수다를 떨기 위해 휴대폰을 집어 듭니다.

 

이수와 대화하는 시간은 잠자리에 누워서 입니다.

 

며칠 전에는 <말괄양이 삐삐> 동화책을 읽다가 은근슬쩍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이야기 했었죠.

 

아빠 삐삐는 왜 학교에 안가?”

삐삐는 힘이 엄청 쎄... 그리고 엄청난 부자고, 아빠는 섬나라 왕이야..”

. 난 가난해서 공부 열심히 해야 하는구나..”

.. 꼭 가난해서 공부하는 건 아니지.. 그리고 우리가 그렇게 가난한 것도 아니야...,

ㅎㅎ 알았어.... 아빠 농담이야..”

 

어제는 많이 힘들었는지 눈물을 보였습니다.

엄마가 나 엉덩이를 멍이 들 정도로 세게 때렸어...”

엄마가 왜 때렸어?...”

엄마가 내가 핸드폰 본 거 안 봤다고 거짓말 했다고....”

왜 거짓말 했어. 거짓말 하면 안돼... ”

“..............훌쩍....훌쩍.....”

이수 우는 거야??”

난 거짓말 안 했어..훌쩍...?

 

결국 이수의 눈물보가 터졌습니다.

나도 힘든데... 훌쩍.. 거짓말 하고 싶지 않다고...훌쩍

그래 이수가 많이 힘들구나.. 이수야 힘들면 쉬어도 돼...”

 

이수에게 미안했습니다.

울고 있는 이수를 말없이 한참을 안아 주었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신나게 수다 떨고 뛰놀며 스트레스를 풀었을 것입니다.

학원을 다니는 중간 중간 친구들을 만나 과자도 사먹고 놀이터에서 놀며 스트레스가 풀렸을 것입니다.

요즘은 집에만 갇혀 있으니 스트레스 풀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휴대폰입니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휴대폰을 너무 많이 보는 것 같아 불안하지만....이수에게는 유일한 탈출구겠죠.

 

기회를 봐서 이수에게 이야기를 해주고 싶습니다

동화 속 삐삐처럼 하고 싶은 거 마음대로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정신건강을 해치면서까지 공부는 할 필요는 없다고.....

공부를 잘하면 인생이 조금 더 편할 수 있지만,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될 필요는 없다고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공부는 이수가 행복하기 위한 거라고, 행복을 포기하고 하는 공부는 안하는 것이 낫다고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이수가 힘든 시기를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수가 행복한 아이로, 어른으로 자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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