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쯤에 미국 출장을 마치고 상하이 공항에 도착하니 서울 비서실에서 전화가 왔다.
“부사장님 다음 주 월요일에 서울로 출근하시랍니다”
핸드폰 배터리가 거의 다 되어서 사무실에 가서 다시 통화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끊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미국 출장 중일 때 내게 몇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시차 관계 탓이었는지 통화 연결이 어려웠다고 한다.
상하이 공항에서 시내 사무실까지 차로 약 한 시간이 걸린다. 그 한 시간 동안 나는 온갖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마음의 정리를 하고 있었다. 코오롱에서 보낸 총 31년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가면서 마음이 가벼워졌다. 또 5년 전에 한 번 사지글 한 경험도 있던 터라 무덤덤하게 생각하며 사무실에 도착한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Y부장이 말했다. “서울에서 연락 받으셨어요? 서울 사장님이 퇴임하신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뭐? 나는 미국 출장 가 있는 동안에 전혀 들은 이야기가 없는데..., 아까 서울에서 다음 주 월요일부터 서울로 출근하라는 전화는 받았어”
그래서 다음 날 비행기 표를 구해서 서울로 출장을 갔다. 월요일에 바로 과천으로 출근을 했다. 이미 소문은 다 나있었지만, 그 날은 회장님의 일정상 맞지 않아서 만나지 못했고 서울 사장을 만나니 당신은 내일부터 안 나온다고 했다.
나는 하루 이틀 서울 본사로 출근하고서 상하이로 가 정리한 다음에 다시 들어올 요량으로 서울 출장을 왔으나 상황이 녹록치 않았다. 당시에는 코오롱이 주관하는 LPGA 골프대회가 개최되는 등 많은 일이 산적해 있었다. 결국 10여일을 지내고 나서 상하이로 돌아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