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쓰는 편지) 혼자선 외로움.. 서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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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쓰는 편지) 혼자선 외로움.. 서러움..

하늘나는펭귄 0 2020.06.26

나도 스트레스 많이 받았다고.... 어엉~~....,

이수가 펑펑웁니다.

우는 모습을 지켜보자니, 아빠 마음도 아프네요.

우는 아이 등을 가만히 토닥여줬습니다.

 

이수가 펑펑 울어야만 했던 이야기입니다.

주말 동안 이수는 휴대폰만 만지작거렸습니다.

이수의 유일한 놀이상대인 아빠가 이수와 놀아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토요일 바이올린 수업이 끝나고 집에 오자마자 아빠는 이수를 집에 내려주고 시골집으로 갔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오기 위해서였습니다.

시골집을 고치기 위해서 당분간 시골집을 비워야 했기 때문이지요.

 

아빠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토요일 밤 늦게 도착했습니다.

자기랑 놀아주지 않은 아빠에게 이수는 괜히 심술이나 짜증을 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있는 거실에는 나가보지도 않았습니다.

잠을 청하기 위해 침대에 들어갔는데도 아빠는 이수의 잠자리만 봐주고 거실로 나갔습니다.

이수는 왠지 서러웠습니다.

아빠에게는 항상 이수가 첫 번째였는데, 오늘은 왠지 이수는 아빠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같았기 때문이지요.

혼자서 눈물 한 방울 훔치고 잠이 들었습니다.

 

일요일 아침 눈을 뜨니 아빠가 보이지 않습니다.

아빠가 없는 집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밥을 먹었습니다.

엄마가 할아버지를 위해 정성들여 요리한 밥과 반찬은 맛있었지만 이수는 입맛이 나지 않았습니다.

아빠는 운동을 갔다가 오후에 집에 왔습니다.

집에 와서도 아빠는 이수와 놀아주지 않고 할아버지 할머니 곁에만 있습니다.

저녁 늦게 아빠가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고모댁으로 가셨습니다.

 

이제서야 이수는 거실을 되찾았습니다.

할아버지 때문에 앉지 못했던 거실 쇼파에 길게 누워 뒹굴뒹굴하며 휴대폰을 만지작 거렸습니다.

 

일요일 밤 늦게 잠자리에 들었는데, 아빠가 엄마랑 얘기좀 하겠다며 혼자 자라고 하네요.

........ 괜시리 눈물이 나옵니다.

울지 않으려고 하는데.. 자꾸 눈물이 흐릅니다.

 

어제도 나 혼자 잤는데, 오늘도 혼자자야 돼?”

 

이수, 다 컸잖아. 이제 혼자 잘 나이야!”

그래도, 책도 안 읽어주고, 나 아빠랑 같이 자고 싶은데...... ...”

이수의 눈물에 당황한 아빠가 일어나 이수를 안아줍니다.

아빠가 이수를 침대로 데리고 가 옆에 눕습니다.

아빠가 옆에 누우니 더 서럽게 눈물이 흐릅니다.

펑펑 울었습니다.

아빠가 책을 읽어주다가, 등을 토닥이며 한마디 합니다.

 

이수, 뭐가 그리 서러워, 엄마가 할아버지 할머니 때문에 어제오늘 고생해서 아빠가 엄마 위로해주려고 같이 맥주한잔 하려고 하는데... 그게 서러울 일이야?”

나도 힘들었다고........”

넌 핸드폰만 봤잖아,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재롱도 안 피우고...”

~~.. 나도 스트레스 많이 받았다고.. 더워서 거실로 나갈 수도 없고, 할아버지 냄새도 싫고.... 나라고 하루 종일 핸드폰만 보고 싶었겠어? .......”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수도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연세가 많으신 할아버지는 선풍기 바람을 싫어하시고, 아이들이 싫어하는 냄새도 있죠.

싫은 내색은 못하고 따님은 하루 종일 공부방에 들어가 혼자 있었습니다.

자기 딴에 힘들게 12일을 보냈는데 아빠가 엄마만 위로해 준다고 하니까 서러움이 폭발한거죠.

 

아빠가 이수에게 조용히 말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아빠에게 아빠야. 이수가 아빠가 중요한 것처럼, 아빠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소중해. 할아버지 할머니도 아빠와 같은 나이가 있었어, 힘들게 농사 지으셔서 아빠를 기르셨어. 지금처럼 냄새도 안 나셨고...”

 

나도 알아.. 아니까, 하루 종일 참고 있었던 거잖아...”

그래.. 이수 너도 힘들었겠다.. 아빠가 몰라서 미안했어.... 이제 그만 울고 자....”

 

아빠의 손이 이수의 배를 토닥거리자 잠이 스르르 옵니다.

얼마 후 아빠의 손이 빠져 나가는 것이 느껴집니다.

잠이 다시 깹니다.. 그래도 아빠를 잡지는 않았습니다.

 

아빠 빨리 와...”

그래.. 금방 올게....”

다시 이수는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어린 나이의 이수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좋아했습니다.

시골집에 내려가면 쫑알쫑알 말벗도 해드리고, 옆에서 재롱도 피웠죠

이수가 나이든 만큼 할아버지 할머니도 나이가 들다보니, 이수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잘 어울리지 못합니다.

마음과 행동이 다르니 이수도 많이 답답할 것 같습니다.

 

이수의 마음도 이해되고, 할아버지 할머니는 안쓰럽고... 중간에서 아빠의 고민만 깊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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