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대리점 수금 방식은 매출 월 마감 1개월 후에 2개월짜리 어음으로 상품대금을 받는 것이었다. 이 방식은 원자재를 투입하여 제품을 생산해서 매장에서 판매하고 나서 3개월이 지나야 현금화하는 구조였다. 다시 말해서 원자재를 투입하고 나서 약 9개월이 지나야 모든 물대를 회수할 수 있는 구조였다. 재고가 된 제품은 다시 일 년이 지나야 대금을 회수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아무리 생각하여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수출은 선적 후 바로 현금을 받는데, 내수는 약 10개월이 필요하다니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우선 제품을 판매하고서 월 마감 2개월 어음을 1개월 어음을 바꾸었다. 그러고 나서 대리점의 협조를 구하고 다시 판매 마감 후 매월 현금 수금으로, 또 한 달에 2회 수금에서 주별 수금으로 점차 바꿔나갔다. 물론 당시 제품이 잘 판매되어 대리점에서도 선뜻 동의해 주었다. 그런데 주 2회 수금까지 하니 대리점에서 불평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사실 판매대금 중 70%는 회삿돈이고 30%만 대리점 돈인데 그동안 대리점에서 100% 자기 돈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이러한 사실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며 어떻게 하면 일일 수금을 할 수 있을까? 직원들과 고민하던 중 어느 날 한 직원이 나에게 와 아이디어를 주었다.
지금까지는 판매대금을 모두 대리점 통장에 넣었다가 회사로 입금해주는 식이었다. 회사 통장을 만들어 각 대리점에 주어 상품 판매 후 70%는 회사 통장에, 30%는 대리점 통장에 입금하고 70%는 당연히 코오롱 본사에서만 출금할 수 있게 하면 일일 수금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약 3년에 걸쳐 일일 수금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하여 회사 자금 사정도 좋아져 생산 협력업체의 지급조건도 상당히 좋아졌다. 이러한 모습이 진정 상생의 경영이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