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쓰는 편지) 한 이불 덮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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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쓰는 편지) 한 이불 덮는 사이

하늘나는펭귄 0 2020.03.26

아빠, 나 졸려~”

먼저 자, 아빠 드라마 좀 보고 들어갈게...”

“.......어제도 나 먼저 잤는데.. ”

조금 늦게 들어간다는 거지, 딸이랑 같이 안 자는 게 아니잖아?”

딸보다 드라마가 더 중요하냐?”

그렇진 않지.. 이번 주만 봐줘라....”

딸의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눈물이 그렁그렁 맺힙니다.

 

지난 주말에 있었던 일입니다.

좋아하던 드라마의 최종회를 보며 맥주 한 잔 마시려고, 따님 먼저 자라고 했더니 따님이 훌쩍입니다.

결국 따님을 따라 침실로 들어갔습니다.

 

다 큰 녀석이 맨날 아빠랑 자려고 하냐?”

어제도 혼자 잤는데, 오늘도 혼자자라고 하니까. 그렇지..”

왜 따님 혼자 자, 아빠가 한 시간 늦게 자는 것 뿐이지.”

잘 때 혼자였고, 아침에 눈 떴을 때도 나 혼자면 혼자 잔거지...”

.. .. .....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아빠는 네 옆에서 잤어. 네가 이불 걷어차는 거 다시 덮어주느라 밤잠도 설치고...”

자는 사람이 그걸 어떻게 알아...”

그렇지 알 수는 없지.. 아빠 안 나갈테니 어서 자......”

 

이불을 덮고 누워서도 훌쩍이던 따님을 겨우겨우 달래고 잠을 잤습니다.

 

따님 말마따나 드라마가 뭐 중요하겠습니까.

아빠를 이렇게 좋아해 주는 따님이 있는데....

 

따님과 한 이불을 덮은 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갑니다.

따님의 세살 때쯤 샤워를 시키고, 머리를 말려주고, 잠을 재워버릇 했습니다.

그때부터 줄곧 따님과 같이 잠을 자고 있습니다.

그 중 몇 달은 아빠의 코고는 소리 때문에 잠을 못자겠다며, 아빠와 잠을 따로 잔 적도 있지만, 결국 아빠가 옆에 있어야 좋은 꿈을 꾼다며 다시 아빠와 잠을 자고 있습니다.

이런 둘을 보며 마눌님은 전생의 연인 사이라며 질투를 합니다.

마눌님은 아직도 신랑의 코골이 소리에 옆에서 잠을 자지 못합니다.

아빠의 코골이 소리가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 따님을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아빠도 따님 옆에서 자는 게 싫지는 않습니다.

한창 성장기 따님의 왕성한 잠버릇 때문에 깊은 잠을 못잘 때가 많지만, 전혀 불만은 없습니다.

 

주변에선 얘기합니다.

이런 시절도 곧 끝이라고. 따님이 사춘기가 되면 아빠 옆에 오지도 않을 거라고....

그 조언들 때문에라도, 더 따님 옆에 있어주려고 노력합니다.

따님의 사춘기가 조용히 지나가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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