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쓰는 편지) 잠자는 숲속의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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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쓰는 편지) 잠자는 숲속의 공주

하늘나는펭귄 0 2020.03.12

요즘 따님은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오로라 공주처럼 잠만 자는 것도 아닙니다.

좋아하는 영어학원도, 미술학원도 가지 못하고 하루 종일 집안에 갇혀 있습니다.

그렇다고 매일 놀지도 못합니다.

학원들은 매일 아이가 해야 할 숙제를 집으로 보내옵니다.

아이는 밖에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집안에서 감금 아닌 감금생활을 해야 합니다.

 

비좁은 집안에 엄마랑 단둘이 있을 시간이 많다 보니 둘이 부딪히는 일도 잦습니다.

아무리 귀여운 외동딸이라도 마눌님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초반에 호기롭게 엄마에게 대항하다가도 결국 따님은 눈물을 찔끔 흘릴 수밖에 없습니다.

 

저녁시간입니다. 요 며칠 따님은 수학 문제풀이로 엄마에게 자주 혼이 났었습니다.

따님과 식탁에 마주 앉아 밥을 먹는데, 따님이 명란젓을 젓가락으로 쓱 집어서 엄마 국에 넣는 것이었습니다.

마눌님은 식탁을 차리느라 이 상황을 모르고 있습니다.

“.... 너 뭐하는 거야?.....”

소리 내지 않고 조용히 입모양으로 물었습니다.

따님은 검지를 입술에 갖다 대며.. 한껏 미소를 지으며...

아빠는 모른 척 하고 있어....”라며 새어 나오는 웃음을 꾹 참고 있습니다.

 

마침내, 마눌님이 일을 마치고 식탁에 앉았습니다.

밥을 먹고, 국을 먹고,,,,,

아빠와 눈이 마주친 따님이 ㅋㅋㅋㅋㅋ 행복하게 웃음을 터뜨립니다.

엄마 넌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아?”

따님 ㅎㅎㅎㅎㅎ 그럴 일이 있어...”

엄마 뭐야.... ???”

 

따님의 소심한 복수입니다.

명란젓 조금 국에 들어갔다고 국 맛이 변했을리는 없습니다. 몸에 해롭지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따님은 엄마에게 스스로 무엇인가 처벌을 가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혼자만의 소심한 복수겠죠.. ㅎㅎ

 

이 녀석 아빠 잘 때 발길질 하고, 주먹질 하는 게.. 어쩌면 소심한 복수는 아니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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