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4월에 대리로 승진하며 일본 이토츠 상사의 서울 지점과 수출 상담을 맡게 되었다. 상대사 파트너였던 조 부장은 나보다 10여년 정도 선배였고, 한국외대 일어과를 나온 분이었다. 그는 특히 시간 관념이 확실했고 일을 깔끔하게 처리했다.
당시만 해도 우리 사회에는 ‘코리안 타임’이라는 말이 있었다. 약속시각에 으레 한 시간 정도 늦는 것은 묵인되는 시대였다. 하루는 약속한 시각보다 15~20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조 부장은 자신의 다른 일을 다 보고 1시간 후에야 만나주었다. 그러면서 조무장은 이렇게 말했다.
“시간 약속을 어기는 회사와는 거래하고 싶지 않다”
나는 다음 중 또다시 20분을 늦었다. 당시에는 흔한 일이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조 부장은 기다리라며 2시간 뒤에 미팅 장소에 나타났다. 2번이나 시간 약속을 못 지켰다고 호되고 질책을 했다. 나는 일이 많다는 핑계로 변명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두 번이나 약속을 지키지 못한 나 자신을 되될아보며, 시간 약속에 대한 관념을 바꾸기로 작심했다. ‘약속 시간은 늦을 수도 있다’가 아니라 ‘약속 시간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로.
세 번째 약속은 내가 15분 먼저 도착하여 조 부장을 기다렸다. 그날은 20분 만에 조 부장을 만날 수 있었다. 한 일주일 후 다시 조 부장과 약속하였다. 나는 15분 먼저 도착하여 조 부장을 기다렸다. 약속 시각이 지나고 15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기다리다 돌아갑니다’라는 메모지를 남기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바이어와의 약속에서 바이어가 늦는다고 돌아가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시대였다. 그 뒤로는 조 부장도 나도 시간을 칼같이 지키게 되었다. 시간 지키기를 기본으로 업무 품질과 제품의 품질을 높이는 게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