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알차게 보내든 헛되니 보내든 청춘은 지나간다
34개월의 길고도 고된 군 생활을 마치고 1975년 8월 30일 군에서 제대를 했다. 2학년을 마치고 군에 갔으니 3학년에 복할할 때까지 6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나는 재수를 한 데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집안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빨리 학업을 마치고 싶었다.
대학가의 모습은 3년 전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 여전히 데모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다. 복학생들은 바로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느라 데모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복학하고 보니 입학 동기 60명 중 약 30명이 복학생이었고, 30여명은 3년 후배들이었다. 입학 동기 6명과 법학과 동기 2명, 영문과 1명 등 9명은 늘 뭉쳐서 공부도 하고 같이 놀기도 하며 2년여를 함께 지내며 각자의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해나갔다.
친구 중에 누구라도 생일을 맞으면, 중식집에서 자장면 생일파티를 열어 축하해주곤 하던 생각이 떠오른다. 그렇게 동고동락하며 학창시절을 같이 한 친구들은 평생지기로 지내고 있다. 저마다 기업체 사장으로, 대학교수로, 변호사로, 자기 분야에서 자리를 잡았다.
지금은 세계 각국에 나가 있어 모두 한꺼번에 모일 기회가 쉽지 않다. 그래서 졸업 50주년이 되는 2025년에 모두 모이기로 했다. 저마다의 색깔로 세상을 살아온 장한 모습을 한 자리에서 볼 생각을 하면 벌써 가슴이 벅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