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선주의 감) #12 생산 공장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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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선주의 감) #12 생산 공장의 현실

케이스토리 0 2019.12.09


사업을 시작하고 생산라인을 결정하기 위해 많은 공장들을 방문했다. 내셔널 브랜드의 디자이너로 근무하면서 많은 공장들과 거래를 하기는 했지만 디자인실에서만 근무했으니 생산라인에 대해 자세히 알기 어려웠다. 봉재 공장이라면 의례 똑같은 품질 기준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사업을 시작하고서야 봉재 공장에도 다양한 품질 기준이 적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내셔널 브랜드의 디자인실에 근무할 때는 작업지시서에 간단히 1인치에 몇 땀이라는 기준을 제시하였고 다림질도 방법만 제시해 주면 거기에 맞게 작업이 진행되었다. 그런데 막상 공장을 다녀보니 그러한 작업이 가능한 곳이 있고 아닌 곳이 있었다. 또한 그러한 공정에 맞는 공장을 찾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창업을 하고 지인의 소개를 받아 공임이 저렴한 공장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했었다. 기본 디자인의 블라우스였기 때문에 샘플로 제작된 블라우스를 보여주면 쉽게 작업이 진행되리라 생각했다. 블라우스 샘플을 보고 공장 사장님은 이 블라우스는 우리 공장에서 생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디자인이 복잡한 것이 아니라서 제작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사장님은 생산 불가 이유를 조목조목 집어주셨는데 첫 번째로는 바늘 땀 수였다. 정해진 시간 안에 많은 작업이 흘러가야 하는데 촘촘한 바늘 땀수는 생산량이 나오지 않아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것. 두 번째는 밑단 시접처리 방법이었다. 샘플로 제작된 블라우스는 1/2인치 정도로 두 번 접어져 스티치가 생기는데 방문한 공장에서는 오버록이라는 마감을 써서 한 번만 꺾어서 박음질을 할 수 있다고 하였다. 마지막으로는 다림질이 문제였다. 블라우스 카라 부분은 누르지 말고 스팀으로 자리잡음을 진행해야 하는데 스팀으로 형태를 잡는 공정을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정들은 공장을 몇 년을 운영한 것과는 상관이 없다. 공장을 20년 운영했어도 그 공장이 가진 기술이 어떤 공정과정으로 작업을 했는가에 따라 기술의 품질이 나눠지는 것이다. 손발이 맞는 공장을 찾으려고 수많은 공장을 방문했다.

 

가끔 제조공장의 활성화를 위해 무리하게 디자이너 브랜드와의 매칭을 진행하려는 탁상행정을 보면 답답할 뿐이다. 그 브랜드와 공장의 품질을 짝지어주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저 공장을 찾고 있는 창업자와 일감이 없는 공장의 매칭으로는 쉽게 짝이 이뤄지지 않는다. 창업자가 기준으로 생각하는 생산품질과 봉재 공장의 작업품질, 공임가격이 맞아야 지속적인 생산라인이 결정된다.

 

가끔 일감이 없는 공장과 생산 공장을 찾지 못한 창업자를 모아 매칭을 하면 시너지 효과가 쉽게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작업을 좀 더 디테일하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 안정적인 거래관계가 형성된다.

 

 

감선주 디자이너는 경희대에서 의상학을 전공하고 영국 센트럴세인트마틴에서 공부를 더하고 2010년 자신의 브랜드 ‘TheKam’을 런칭했습니다. 그리고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의 가면 디자이너로 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에는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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