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쓰는 편지) 아빠는 겁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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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쓰는 편지) 아빠는 겁쟁이

하늘나는펭귄 0 2019.10.24

마눌님과 따님의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전쟁은 언제나 따님의 놀이와 공부의 경계에 있습니다.

일요일 오후 아빠의 핸드폰만 가지고 놀다가 마눌님의 불시 과제 점검이 있었습니다.

예기치 않은 엄마의 불시점검에 따님의 눈빛은 떨렸습니다.

이제 전쟁의 서막이 열립니다.

 

너 수학문제 왜 하나도 안 풀었어? 어제까지 다 풀어놓으라고 했잖아!”

아니.. 그게... 아니구...”

 

무슨 핑계라도 대야 하는데.. 따님의 핑계거리는 빈약해만 보입니다.

 

해야 할일도 안 해 놓고, 뭐 잘했다고 하루 종일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어!”"

아니....”

 

세상 대다수의 엄마들이 그렇듯이 한번 시작된 잔소리는 끝이 나지 않습니다.

일절, 이절, 삼설,, 반복해서 혼이 나는 따님의 모습이 안쓰럽습니다.

 

적당히 해, 한번 말하면 애도 알아들어!”

당신이 애 볼 거 아니면 가만히 있어. 어디 나갔다가 와!”

 

깨갱.. 아이 편을 들어주려다가 불똥이 되레 내게 튀게 생겼습니다.

혼나는 따님을 뒤로 하고, 운동복을 챙겨 입고 슬그머니 대문을 나섰습니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따님의 눈망울이 생생하지만, 비겁한 아빠는 운동을 택했던 것입니다.

 

두어 시간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냉랭한 집안 분위기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고민하며 대문을 여는데

마눌님과 따님은 전쟁이 훑고 지나간 흔적도 없이 화기애애합니다.

마눌님이 만들어준 간식을 먹으며 화기애애, 속닥속닥 하고 있습니다.

 

에휴.. 안도의 한숨을 쉬며 옷을 갈아입는데 따님이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아빠는 만날 나 혼날 때 운동하러 가더라! !”

 

에구.. 편 들어 준 것은 생각도 안하고, 혼날 때 도망가는 아빠의 모습만 기억나나 봅니다.

아빠가 겁쟁이가 됐든, 모녀가 화목해서 다행입니다.

 

!! 해야 할 일은 미리미리 해놓고 놀자!!!

아빠도 엄마는 무섭다.!!

 

(사진은 버즈의 겁쟁이앨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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