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환 에세이) 새로운 길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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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환 에세이) 새로운 길을 찾아

신발장수 0 2019.09.25

신발해서 우째 살라고 25- 운명적 만남

 

2심까지 마무리되면서 한결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ABC-MART에서 상고를 할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미 밝혀진 사실들이 너무 명명백백한지라 추가로 찾아 준비해야 하거나 대응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치열한 소송전이 마무리되면서 그 다음에 대한 생각과 궁리로 2015년을 맞았다.

 

무엇을 할까? 대기업이나 금융권으로 진출했던 친구들의 은퇴 위로 모임을 한다는 얘기들이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었다. 전과는 다른 세컨드라이프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불안감이 화두가 되고 있었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할지를 지켜보는 것도 지인들 간에는 관전거리였다.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부담에서 자유로우니 편하고 유유자적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할 것이라고 많이 생각한듯했다. 그렇게 되지 않았다.

 

 

맘껏 늘려보고자 했으나 어김없이 6시면 잠이 깼다. 시간의 제한 없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여가활동도 별로 흥미를 주지 못했다. 뭐라도 하고 싶었다. 지금 하지 않으면 금세 도태될 것 같은 강박도 생겼다. 일을 해야 했다. 그래서 양재동에 조그만 사무실을 만들고 무엇을 할까 생각하는 곳이라고 명명했다. ABC-MART부터 중국 사업까지 같이 했던 CY가 같이 했다. SK와 중국 사업 때 전략을 담당했던 P가 마침 출산휴가 중이라 가끔 들려주었다.

 

우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미국, 일본 그리고 유럽시장을 조사하기로 했다. 미국, 일본은 익숙한 곳이었다. 다만 처음 가본 하와이에서 ABC STORE(많이 헷갈려 하는 곳인데 ABC-MART와는 다른 대형 편의점 형태의 매장)를 보며 매우 인상적인 느낌을 받았다. 세계적인 편의점 체인들이 하와이에서는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하는 이유를 현장에서 바로 알 수 있었다. 대형, 대량, 현지화! 보자마자 느낀 ABC STORE의 차별적인 성공 요인이었다. 그 외에도 이태리, 프랑스, 네덜란드 등을 다니며 새로운 것을 찾아보려 했다.

 

20158

C와 어렵게 시간을 만든 P, 셋이 영국 런던을 갔다. 안개와 비로 상징되는 런던이지만 특별히 여름철만은 화창하고 상쾌하기로 유명한 곳이다. 여름임에도 아침저녁으로 반팔이 서늘할 정도였고 낮에도 25도를 넘지 않는, 우리의 초가을 날씨였다. Oxford Street 근처에 숙소를 정하고 무덥지 않은 날씨라 거의 도보로 주요 상권을 다니며 조사를 하기로 했다. 도착 다음날 가까운 Oxford Street부터 오전 일정을 시작했다. 쭉 뻗은 왕복 8차선 도로를 따라 약 2, 3km 정도에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었다. 거기에서 JD Sports를 처음 보게 되었다.

 

한마디로 쇼킹했다. 마침 새로 오픈한지 1주일이 되었다고 했다. 200평쯤으로 3개 층이었다. 1층은 신발, 2층은 의류, 그리고 3층은 영국답게 축구 전문 매장이었다. 혁신을 보았다. 이렇게 팔 수도 있구나! 충격을 받았다. 1층 매장 가운데 신기한 기계장치가 있었다. 자세히 보니 소비자가 원하는 신발을 창고에서 운반해 올리는 것이었다. 뒷날 S.O.T(Smart Order Tracking) 시스템이라 명명한 장치였다.

 

내가 알고 있던 신발 소매판매의 틀을 깨는 파격적인 모습들이 엄청나게 나를 흥분시켰다. 수많은 디지털 디스플레이, 바코드와 스캐너 그리고 S.O.T 시스템으로 연결되는 상품의 Delivery. 3일간 런던에 머무르는 중에 7, 8번은 다시 들려서 살펴보았다. 정말 리테일을 이해하고 잘하는 회사라고 생각이 들었다. 내 머릿속에 하나하나 각인시키며 수확물을 간직하였다.

 

그렇게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다양한 경험들을 정리하고 있던 2015년 말, S자산운용이라는 곳에서 연락이 왔다. 슈마커라는 회사에 투자를 계획 중인데 같이 해보자는 제안이었다.

 

 

1962년 부산에서 출생한 안영환 대표이사는 30년 넘게 신발업계에 몸담은 신발전문 경영인이다. 1988선경(SK네트웍스) 신발사업부에 입사, 평사원을 거쳐 2002년 국내 신발멀티숍의 새 지평을 열었던 에이비씨마트코리아를 창업했다. 20113월까지 에이비씨마트코리아 대표이사를 지내고 2016년부터 현재까지 슈마커그룹(SMK T&I, JD스포츠코리아)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에 있다. (안영환 대표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younghwan.ahn.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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