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Choice의 Market Story) 류현진의 수(數)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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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HChoice의 Market Story) 류현진의 수(數)싸움

BHChoice 2 2019.06.19

  

BHChoiceMarket Story 13

류현진의 수()싸움

 

우리나라 사람들은 스포츠를 참 좋아하는 것 같다. 필자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즐기는 종목은 프로야구다. 생중계를 보는 것은 쉽지 않아 밤늦게라도 하이라이트 편집 방송은 꼭 보는 편인데, 잠자리에 누워서도 특별히 선호하는 팀 경기는 하이라이트 뿐만 아니라 그날 출전했던 선수들의 기록까지 꼼꼼히 살펴본다. 대활약을 펼친 선수는 물론 부진했던 선수에 대한 분석까지 얼추 끝나야 비로소 하루 일과를 끝마치는 셈이다.

 

그토록 야구광인 필자에게 요 며칠 들려오는 미국 메이저리그 류현진 소식은 두 말할 필요 없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 대한민국 축구팀이 FIFA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일이 일어났으면...’ 하는 생각은 할 수 있어도 대한민국 국적의 투수가 꿈의 무대인 MLB에서 방어율 1점대를 기록한다는 것은 솔직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니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흥분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시속 150km를 넘어 100마일(161km) 이상을 던져대는 강속구 투수들이 즐비한 가운데 평균 145km/h의 그저 그런 구속의 투수가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으며 삼진, 또는 범타 처리하는 모습은 지켜보는 사람에게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기까지 한다.

 

일반적으로 145km/h의 속도는 투수가 투수판을 밟고 던지는 공이 홈플레이트까지 대략 0.4초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때 타자는 0.1초는 공의 정보를 파악하고, 0.15초는 배트를 휘두르는 데에 사용기 때문에 남은 0.15초는 배트를 돌릴지 말지를 판단한다. 사실 0.15초는 눈을 한 번 깜빡, 감았다 뜨는 정도의 찰나에 불과하다. 심지어 시속 161km/h(100마일)의 강속구는 투수의 손을 떠나 0.36초면 홈플레이트에 도달하니 타자가 배트를 내맬지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이 겨우 0.11초밖에 없다. 결국 타자는 투수의 투구 패턴, 즉 던지는 동작과 볼 배합 성향 등을 사전에 파악해서 예측하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대처할 수가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160km/h를 넘나드는 어마어마한 강속구에도 불구하고 안타가 나오고 심지어 홈런도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투수는 그런 타자의 예측을 빗나가는 공을 던져야만 한다는 매우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

 

투수가 피안타율이 낮고, 방어율이 낮다는 것은 결국 () 싸움을 잘한다는 의미이다. 류현진 선수가 그리 빠른 구속을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리그를 지배하는 이유가 바로 그의 수 싸움이 능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시장에서도 모든 활동은 상대성을 가지고 기능한다. 마케팅, 좀 더 포괄적으로 경제학에서는 이 경우처럼 시장에서 상대를 이기는 전략을 연구하는 학문이 바로 게임이론이다.

 

수사자 한 마리가 농부의 딸에 빠져서 청혼을 하자 농부는 사자의 사나운 이빨을 뽑아야만 안심하고 딸을 내어줄 수 있다고 역제안을 하게 되어 결혼하고픈 마음에 이빨을 모조리 뽑은 수사자를 몽둥이질해서 내쫓았다는 이솝우화에서의 사자와 농부는 유명한 이야기다.

 

다른 이야기를 하나 더 하자. 많은 한국 사람들이 여행지로 찾는 일본의 오사카의 명물 오사카성()은 임진왜란을 일으켰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그의 아들 히데요리를 위해 만든 천혜의 난공불락 요새다. 히데요시가 죽자 부장(五大老-고다이로)인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반란을 일으켜 20만 명의 대군을 이끌고 오사카성을 공격했으나 큰 피해만 입고 실패하지만 다음해 여름전투에서는 허무할 정도로 쉽게 승리를 하게 된다. 성을 포위하고 지난번 공격에서 가장 큰 장애물이었던 해자를 메우는 조건으로 화친을 제안하자 히데요리는 전쟁보다 평화를 택하며 해자를 메우게 된다. 결과는 단 하루만에 오사카성이 함락되고 히데요리 일가는 멸족을 당하는 패배를 당한다는 웃슬픈 역사가 깃든 곳이다.

 

수를 읽는다는 것은 그 판의 흐름을 주도한다는 것이다. 류현진 선수가 타자가 예측하는 구질이 아닌 공을 던짐으로써 흐름을 주도하게 되는 것은 상대 타자의 수를 간파한 결과이다. 농부와 이에야스는 그 상황에 놓이면서 사실상의 결론을 내고 있었다. 단지 선택지를 상대에게 넘김으로써 흐름의 주도권을 가져온 것뿐이다.

 

수 싸움’, 좋은 표현으로 수 싸움이고 게임이지 실제는 전쟁이다. 즉 시장에서의 경쟁도 전쟁이나 다름없다. 시장에서의 흐름을 주도한다는 것은 경쟁에서 이긴다는 것이고, 시장에서의 전쟁에서 승리한다는 것이다. 알 리스와 잭 트라우트가 그토록 넘버 원을 주장하는 이유를 이제 이해가 되는가?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 큰 시장을 무턱대고 넘보지 마라. 시장을 세분화한 이후에 작은 시장에서 먼저 흐름을 주도하는 입장이 되라.

 

그렇다고 작은 시장이 호락호락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 시장에서 일어나고 벌어지는 행태를 명확히 분석해야 그 판의 흐름을 이끌어 갈 수 있다. 그게 바로 시장읽기, 수 읽기이다.

 

그 다음 갖춰야 할 것이 내재적 역량이다. 류현진 선수가 수 읽기에만 능한 것이 아니라 원하는 공을 제대로 정확하게 던질 수 있는 제구력이라는 기본기가 있었고 이에야스에게는 막강한 군사력이 있었기 때문에 흐름의 주도권을 잡은 것처럼 나의 인적 구성, 자본력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상품력이 갖추어지지 않았다면 아무리 수읽기에 능하다할지라도 그저 허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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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홍순호 2019.06.20 14:43
참 어려운 이론입니다. 게임에서 이기는 길...
고스톱 용어처럼 운칠기삼?
내재적 역량도 있어야 하고 운도 따라줘야 한다는 것.
그런데 과연 운칠기삼인지, 운삼기칠인지 그것도 궁금하네요. ㅎㅎ
최병호 2019.06.27 10:29
운칠복삼이라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