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추석 풍경을 크게 바꿔놓았다. 지난 추석 연휴에도 바깥 출입이 어려워지면서 자연스럽게 집에서 TV를 보는 시간이 크게 늘었다. 바깥 출입이 제한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터이니 가족들이 한 집에서 지내는 시간도 같이 늘어났다.
그런데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집에서 흔하게 일어나야 할? 일들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TV 리모콘 쟁탈전을 벌여야 했는데 그런 일이 없었고 같이 모여서 이것저것 하다 보면 의견 충돌이 일어나기 마련인데 그런 일도 크게 줄었다. 오히려 한 집에 모여 있어도 각자의 공간에서 스마트폰에 열중한다. 원하는 걸 스마트폰으로 해결한다. 대화는 많이 없어졌다.
어쨌든 각자 자기의 영역으로 흩어져버린 연휴에 나는 넷플릭스라는 OTT 서비스에 집중한다. ‘오징어게임’에 열중했고 ‘D.P.’는 물론 ‘스위트홈’, ‘승리호’, ‘낙원의밤’ 등 인기 드라마와 영화를 봤다. 코로나 때문에 넷플릭스에 개봉한 영화이든, 넷플릭스가 전폭적인 투자로 제작한 드라마든 기존 미디어 플랫폼이 아닌 새 미디어 플랫폼으로 공급한다니 따를 수밖에 없게 돼 버렸다.
그런데 넷플릭스 서비스 중 하나는 지난 인기 TV 드라마를 무한 반복해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요즘 내가 반복 시청하는 드라마는 ‘나의 아저씨’다. 처음에는 색다른 주제 때문에, 그 다음에는 중년들의 삶의 무게를, 또 다음에는 지역공동체의 형과 동생들, 또 어머니와 형제들의 정 등 볼 때마다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 나의 최애 드라마가 됐다.
그런데 나뿐이 아니라 주변 친구들과 형, 동생들 중에도 이 드라마를 최애 드라마로 꼽는 이들이 많다. 그들과 드라마 이야기를 하다 보면 상당수의 사람들이 주인공인 이선균(박동훈 역)에 감정이입을 한다. 이른바 이선균을 페르소나로 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그의 그런 생각에 반기를 들지는 않고 조용히 속으로 생각한다. 그는 이선균이 아니라 박호산(박상훈 역)과 닮아 있다고...
살다보면 이런 경우가 많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이미지와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나의 이미지가 다르다는 것. 어쩌면 삶은 이런 게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대로 삶이 이어진다면 재미가 없을 것이다. 나와 남의 생각이 다르고, 또 서로가 생각하는 캐릭터가 달라야 기승전결이 생겨날 수 있을테니 말이다.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다. 나의 머릿속에 있는 비즈니스와 주변 사람들이 바라보는 비즈니스가 다른 경우가 의외로 많다. 내가 생각하는 게 옳고 남이 생각하는 게 틀렸다는 게 아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를 뿐이다. 서로의 의견을 인정한다면 조금 더 발전적인 비즈니스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