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기 좋은 골목길에 들어서는 패션매장
앞으로 상권 개발은 인스타그램에게 맡겨야 할지도 모르겠다.
MZ세대의 가장 큰 라이프스타일로 부상한 인스타그램 놀이, 이른바 인스타그래머블이 패션 트렌드는 물론 상권 트렌드까지 바꿔놓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의하면 패션에서 오프 유통은 크게 백화점과 가두점으로 나눠지는데 백화점은 물론이고 가두점의 성공 방정식이 인스타그래머블로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소비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핵심 상권으로 삼았다. 명동, 강남역, 압구정동, 고속터미널 등이 대표적이다. 이곳에는 대형 백화점은 물론 가두점이 발달했다.
그런데 Z세대(1995년생 이후)가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하기 전 밀레니얼 세대(1980~1994년)들이 트렌드를 주도했던 10년 전후로 이런 대형 상권 보다는 사진 찍기 좋은 골목길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가로수길을 시작으로 망원동, 이태원, 삼청동, 익선동, 종로 등이 핫플레이스로 부상한 것이다. 이곳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맛집이 모여들면서다. 맛집이 모여들면서 2~3차 상권으로 패션과 뷰티 매장들이 들어서며 패션상권으로 재종명됐다.
MZ세대들은 사진 찍기 좋은 맛집을 돌며 인스타그램에 인증하며 또 다른 세대들을 이곳으로 불러모았다. 인스타그래머블 트렌드가 상권을 바꿔놓기 시작한 게 이 때쯤이다.
이후 전국에 이와 유사한 골목길이 유행처럼 번졌다. 아마도 이 때 수백개의 ㅇㅇ단길, 혹은 ㅇㅇ길이 생겨났을 것이다. 가로수길과 경리단길에서 파생된 길들이 전국 상권을 메웠다. 물론 사진 찍기 좋은 골목은 필수였다.
그런데 최근 ㅇㅇ길 트렌드가 달라졌다. 사진을 찍기 위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상권 보다는 전통의 골목길, 날 것 그대로의 골목길로 모여들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곳이 힙지로라고 불리는 을지로 노가리 골목이다.
이어 반대편 을지로 골목과 피마골, 종로의 YMCA 뒷골목까지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어 서울에서 특정 산업을 상징하는 곳도 새로운 패션상권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선 가죽과 소규모 신발 장인들이 모여있는 성수동과 중고 싱크대를 비롯해 식당용 자재를 판매하는 신당동 주변, 소규모 철공소가 모여 있던 문래동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압구정동과 강남, 신용산, 이태원 등 기존 상권에서 다소 벗어난 골목길과 일반 주택이 즐비한 곳에 맛집이 생겨나며 인스타그래머블 성지로 탈바꿈하는 곳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처럼 요즘 세대들의 인스타그래머블로 상권의 지도가 달라지면서 패션업체를 비롯해 유통업체들이 이곳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하며 MZ세대와 소통하고 있다.
‘말본골프’는 최근 압구정동에 플래그십스토어 말본6451을 오픈했다. 매장이 위치한 곳은 명품 매장이 즐비한 도산공원 앞 쪽이 아니라 반대편 일반 가정집들이 늘어선 곳이다. 압구정 로데오거리와도 조금 거리가 있다.
말본6451는 매장 입지부터 정형화된 틀을 따르지 않는 ‘말본골프’의 브랜드 철학을 바탕으로 기획됐다. 골프웨어 브랜드가 집중된 유통상권 대로변이 아닌 찾아가야 하는 골목상권에 위치했기 때문. 도산대로라는 핵심공간을 선택하되 브랜드가 지닌 스토리, 가치를 녹이는데 집중한 숨겨진 보물창고 느낌으로 매장 컨셉을 잡았다.
‘핍스(피지컬에듀케이션디파트먼트)’는 최근 신당동과 신용산에 가두매장을 오픈했다. 첫 매장인 신당 매장은 식당용 시설이 모여 있는 시장 초입에 위치하고 있으며 2호점인 신용산 매장은 Home을 주제로 꾸며졌고 1층에는 카페와 래리클락전, 2층은 가구 및 셀렉트숍, 지하 1층은 영화상영관으로 구성했다.
또 29CM는 최근 성수동에 첫 번째 플래그십스토어 이구성수를 오픈했다. 이곳은 인증샷 문화에 익숙한 2030세대를 겨냥해 곳곳을 감성적인 분위기로 꾸몄다. 팝업스토어 29맨션, 더현대서울 이구갤러리에 이은 새로운 오프라인 공간으로 29CM만의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하겠단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