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로 유통 트렌드 역주행 실패?
이마트가 야심차게 준비한 만물 잡화점 ‘삐에로쑈핑’을 접는다.
이마트는 최근 2020년 뉴 이마트 사업 재편 방안을 발표했는데 요약하면 신선식품과 식음료 브랜드를 강화하고 가전제품 매장을 늘려 식료품과 몰을 결합한 형태로 리뉴얼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기조에서 벗어난 MD들은 과감하게 없앤다는 전략이다. 삐에로쑈핑도 젊은층의 시선을 사로잡는데는 성공했으나 효율에 문제점이 발행해 문을 닫는다. 또 헬스&뷰티 스토어 ‘부츠’ 등 수익성이 낮은 전문점도 규모를 축소한다.
이 같은 전략은 지난 10월 이마트 구원투수로 영입된 강희석 대표의 첫 작품이다. 강 대표는 정용진 부회장의 야심작으로 불렸던 삐에로쑈핑까지 접는 등 구조조정의 포문을 열었다
사실 삐에로쑈핑은 도입 초기부터 찬반 양론이 팽팽했다. 일본의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해 B급 감성과 초저가, 상품 보다는 스토리와 재미라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안하며 주목받았다. 특히 직원들의 유니폼에는 ‘저도 그게 어딨는지 모릅니다’와 같은 재미있는 문구로 B급문화의 정수라는 평가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듯 보인다. 사실 온라인 중심으로 유통의 질서가 변화하면서 오프라인도 재고량을 줄일 수 있는 방법만이 유일한 승부수였든데, 삐에로쑈핑은 이를 역행하며 재고량을 누적해왔다. 재고가 누적된다는 말은 적자가 누적된다는 말로도 연결할 수 있다.
삐에로쑈핑에서는 4만여개 제품을 판매한다. 말이 4만개이지 이걸 관리하려면 소싱에서 물류, 판매까지 일체화된 시스템이 필요하다. 물론 이마트는 이 같은 시스템이 다른 유통업체에 비해 뛰어난 장점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소품들의 재고와 판매예측까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같은 우려가 현실이 되며 삐에로쑈핑은 도입 1년여만에 문을 닫게 됐다. 재미와 B급감성의 이색적인 콘텐츠가 국내 유통 현실을 뛰어넘지 못한 것이다. 재미있는 실험 치고는 값비싼 수험료를 지불한 셈이다.
하지만 이런 색다른 노력만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유통은 흐르는 물과도 같아서 큰 물줄기에서 작은 지류와 하천까지 여러 가지 변수들이 존재한다. 때론 지류에 물이 막혀 물길이 다른 쪽으로 흐를수도 있다. 삐에로쑈핑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지류를 만들어 물길의 흐름을 바꾸려했지만 물길을 바꾸지는 못한 것이다. 하지만 그 물길을 열고 지류로 물과 흘러들어갔던 여러 생물들도 다른 물로 스며들었다면 이 또한 현실이다.
이밖에도 이마트는 헬스앤뷰티 스토어 ‘부츠’도 철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영업 효율화에 초점을 맞춰 대대적으로 구조조정한다. 이마트의 시그니처로 평가받았던 일렉트로마트도 효율 주심으로 재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