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에베 재단이 공예상의 수상자로 ‘Realm of Living Things 19’(2024년)의 작가 쿠니마사 아오키(1963년 일본 출생)를 선정, 50,000유로의 상금을 지급했다.
쿠니마사 아오키는 디자인, 건축, 저널리즘, 비평, 미술관 큐레이션 분야를 대표하는 12인의 저명한 심사위원단에 의해 30명의 후보 중에서 특별히 선정되었다. 심사위원단에는 건축가 겸 산업 디자이너인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 파리 루브르 박물관 장식 예술 부문 디렉터인 올리비에 가베, 건축가 왕슈, 도예가 막달레나 오둔도, 에세이스트 겸 건축가인 프리다 에스코베도 등이 포함되었다.
마치 일그러진 듯 보이는 쿠니마사 아오키의 테라코타 조각은 클레이에 힘을 가했을 때 변형되고 균열이 생기는 방식을 탐구한 작품이다. 혁신적인 제작 기법과 시간, 중력, 압력의 효과를 활용한 작품은 여러 층의 클레이를 쌓고 압축한 후 가마에서 훈연하고 흙과 연필 자국으로장식 디테일을 더해 완성되었다.
심사위원단은 기술적 완성도, 장인정신, 혁신성, 예술적 비전 측면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을 선정하고자 했다. 이들은 고대 코일링 기법을 진솔하게 표현했으며 마감 처리하지 않은 날것의 상태로 재료의 본질을 드러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며 쿠니마사 아오키의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작품 표면에 형성된 정교한 디테일은 마치 테라코타 코일이 압축되며 만들어낸 ‘작은 우주’처럼 느껴진다.
소성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는 이와 같은 조각 작품을 완성하기 위한 작가의 인내심과 헌신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심사위원단은 이와 함께 2명의 특별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먼저 니페미 마커스 벨로(1988년 나이지리아 출생)가 ‘TM Bench with Bowl’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의 작품은 자동차 산업에서 재활용된 알루미늄을 사용하여 무역, 세계화, 권력의 역학 관계라는 아이디어를 탐구한다. 심사위원단은 단순한 소재와 기하학적인 형태의 작품이 소비주의에 대한 조용하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평가했다.
수막쉬 싱 스튜디오(1980년, 1972년, 1979년, 1983년 인도 출생) 또한 ‘Monument’(2024년)으로 특별상을 수상했다.
델리에 있는 12세기의 콜로네이드 기둥을 실물 크기로 재구성한 작품은 코퍼 소재의 자리를 물에 녹는 패브릭에 실로 연결한 다음, 이를 녹여 실만 남기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심사위원단은 작품의 강한 존재감과 섬세한 구조가 이루는 서정적인 대비에 주목하며 시간이 흐르고 기념비가 쇠퇴하는 와중에도 문화적인 회복력과 기억력은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주제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고 평했다.
올해 최종 후보에 오른 작품들은 전통적인 공예기법을 혁신적으로 변형하거나 재해석한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바구니 세공이 클레이로 전환되거나, 방직기를 활용한 직조가 금속으로 전환되는 등 고대 공예의 전통적인 매체가 새로운 소재로 재탄생했다. 또한 구전 전통, 의식, 여러 세대를 거쳐 전해 내려온 장인 정신을 담아 공예 유산에 경의를 표하는 작품들도 포함되었다.
일부 아티스트는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여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독특한 조각 형태를 제시했고 새롭게 선보이는 일부 작품들은 기발하면서도 환상적인 느낌을 불러일으키며 또 다른 작품들은 표면을 섬세하게 처리하여 작가의 손길이 더욱 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최종 후보 30인의 작품은 2025년 5월 30일부터 6월 29일까지 마드리드의 티센- 보르네미사 국립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회는 온라인으로도 감상할 수 있으며 전시 카탈로그에 기록될 예정이다.
전문가 심사위원단은 2025년 2월 전 세계 133개 국가와 지역을 대표하는 장인들이 출품한 4,600이 넘는 작품 중에서 최종 후보를 선정했다. 18개 국가 및 지역을 대표하는 최종 후보들은 도자기, 목공예, 직물, 가구, 종이, 유리, 금속, 주얼리, 래커를 포함한 다양한 소재를 다루는 아티스트로 구성되었다.
로에베 재단 공예상은 2016년 현대 장인 기술의 탁월함, 예술적 가치, 그리고 혁신을 기념하기 위해 로에베 재단에서 제정한 상이다. 로에베는 이 상을 통해 현대 문화 속 공예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미래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며 혁신을 이뤄낼 재능과 비전, 의지를 지닌 아티스트들을 발굴하고자 한다. 공예상은 또한 1846년 가죽 공방으로 시작된 로에베의 유서 깊은 역사를 기념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