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가 국내에서 역대 최고 매출을 경신하고 ‘뉴발란스’ 역시 최고 매출을 올린 반면 토종 스포츠 브랜드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국내 대표 스포츠 브랜드로는 ‘프로스펙스’와 ‘르까프’가 자리한다. ‘프로스펙스’는 몇 번의 리뉴얼과 새로운 마케팅으로 매출을 지키는 데는 성공했으나 ‘르까프’는 모기업에서 퇴출당하며 한 때 2천억원을 넘봤던 매출이 300억원대로 고꾸라졌다.
왜 이렇게 됐을까? 토종 브랜드의 흥망성쇄를 간략하게 되돌아본다.
1980년대 초반 교복 자율화와 함께 ‘이랜드’와 같은 캐주얼 브랜드와 스포츠 브랜드들이 큰 인기를 얻었다. 특히 국내를 대표하는 토종 브랜드인 ‘프로스펙스’와 ‘르까프’, ‘프로월드컵’ 등이 시장을 리드했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이들 브랜드의 매출이 ‘나이키’, ‘아디다스’, ‘아식스’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를 한참 앞서 있었다.
당시 ‘프로스펙스’와 ‘르까프’가 스포츠 시장을 리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오랜 생산 노하우 때문이었다. ‘프로스펙스’는 국제상사에서, ‘르까프’는 화승에서 전개했는데 이들이 왜 신발 브랜드를 만들었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쉽게 납득할 수 있다.
이들은 해방 후 국제상사에서는 왕자표 고무신울, 화승은 기차표 고무신을 만들었다. 이후 고무신을 만들던 생산 노하우로 ‘나이키’, ‘리복’, ‘아디다스’ 등 글로벌 브랜드의 신발을 OEM 방식으로 생산해 수출했다.
이러던 중 국제상사는 1981년 ‘프로스펙스’를 런칭했고 화승은 1986년 ‘르까프’를 런칭한다. 이들 브랜드는 당시 교복에서 탈출한 중고등생들에게 인기를 얻으며 승승장구한다.
하지만 다들 알고 있다시피 국제상사는 전두환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이유로 그룹이 해체되며 한일그룹로 넘어간 후 IMF 위기를 넘지 못하고 부도, 결국 LS그룹으로 넘어가 LS네트웍스가 된다.
화승 역시 IMF 위기를 넘지 못하고 화의를 신청하며 위기를 겪었는데 그 때 입은 타격을 넘지 못하고 결국 모그룹에서 버림을 받으며 디앤액트로 위축된다.
이런 아픔을 겪은 후 ‘프로스펙스’는 워킹화 전문 브랜드로 전환하고 또 다시 스포츠 브랜드로 되돌아오는 등 혼란을 겪다 오리지널 로고를 바탕으로 한 프로스펙스 오리지널이 젊은층에 소구하며 과거의 영광은 사라졌으나 명맥은 유지하고 있다. ‘프로스펙스’의 2022년 매출은 1714억원, 영업이익은 -103억원이었다.
‘르까프’는 과거 명성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무너졌다. 한 때 전국 400개에 달하던 매장은 80여개로 줄었고 매출도 2022년 366억원, 영업이익 -24억원에 그쳤다. 사실 ‘르까프’가 이렇게 무너진 근본적인 원인은 화승그룹이 브랜드를 버렸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일각에서는 화승그룹은 적자 투성이인 ‘르까프’를 버리는 대신 알짜 사업인 OEM 생산부문을 분리하는 등 의도적으로 ‘르까프’를 버린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어쨌든 그 많은 ‘르까프’ 매장은 이제 다 어디로 갔는지? 혹시 다시 우리 눈에 띄는 날이 있을지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