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Choice의 Market Story 6 - 고전에서 배운 ‘Kap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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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HChoice의 Market Story 6 - 고전에서 배운 ‘Kappa’

BHChoice 1 2019.03.26

BHChoiceMarket Story 6 

고전에서 배운 ‘Kappa’

 

마케팅은 사회학적 용어다. 시대가 바뀌고, 환경이 변화하면 마케팅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이기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케팅 관련 서적에 고전처럼 전해지는 책이 바로 마케팅 불변의 법칙포지셔닝(Positioning)’이다. 두 책 모두 ‘Al Ries’‘Jack Trout’가 공동으로 집필했다. ‘마케팅 불변의 법칙의 원제목은 ‘The 22 immutable laws of marketing’, 즉 마케팅에서 변하지 않는 22가지 법칙을 이야기 하는 책이다. 이후의 일부 서적들이 ‘*가지 법칙이라는 책명을 짓게 된 것도 모두가 이 책의 영향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필자는 대학이나 대학원 시절에 경영학, 좀 더 구체적으로는 마케팅을 전공하지 않았다. 패션의 자도 모르고 MD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 회사가 발령 내주는 대로 런칭한 지 얼마 되지 않는 브랜드의 MD직을 수행했다. 그 시기에 처음 접해 본 마케팅 관련 서적이 바로 마케팅 불변의 법칙포지셔닝이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몰라도 근무했던 브랜드 대부분이 신규로 런칭을 준비하고 있거나 시장에 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브랜드들이었고 위의 책들이 던져준 메시지는 때마침 매우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었다.

 

오늘은 스포츠 브랜드 ‘Kappa’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1990년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이 내수시장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을 무렵, 소위 말하는 동대문 상권-여기에서 동대문 상권이라는 의미는 지금은 사라진 동대문운동장(현재 ‘Dongdaemun Design Plaza’) 일대를 중심으로 생활체육인들의 유니폼을 공급하는 도소매 시장을 의미-에서도 해외 브랜드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때 들어온 대표적인 브랜드들이 ‘Umbro’, ‘kappa’, ‘lotto’ 등이다. 그러나 브랜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채로 무분별하게 남용한 결과 2002년 월드컵이 끝날 무렵 카파는 동대문 상권에서도 버려진 브랜드가 됐다. 자수공장, 나염공장 등에 ‘kappa’ 로고와 남녀가 서로 등을 맞대고 있는 카파의 엠블럼은 천지에 깔려 있음에도 사용하지 않는, 소위 말하는 재미없는 브랜드에 더하여 잊힌 브랜드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달랐다. 국내 시장 환경이 변하고 있음에 비추어 새롭게 시장에 나설 최적의 스포츠 브랜드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기억하는가? 2002년 월드컵 16강에서 우리 한국과 이태리와의 혈전을... 후반 43분 설기현 선수의 동점골, 연장후반 11분 안정환의 골든골로 대역전극을 펼친 경기였다. 영국의 축구전문지 월드사커1930년 우루과이월드컵부터 2014년 브라질대회까지 역대 월드컵 이변 10’ 중의 하나로 선정한 게임이기도 하다. 전반 18분 비에리 선수는 최진철 선수가 유니폼을 잡아당겼음에도 솟구치면서 헤딩으로 연결해서 통한의 선제골을 내줬는데 당시 이태리팀 유니폼의 메인 스폰서가 바로 ‘kappa’였고 그 잔상은 우리 모두에게 대단한 충격이었다.

 

두 번째 이유는 국내 소비자들의 감성이 프랑스보다 이태리를 향하고 있었고 ‘kappa’가 바로 이태리 브랜드라는 점이 매우 매력적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당시까지 스포츠 브랜드가 출시하는 어패럴은 솔직히 기능성도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감성에서도 한계가 있었으나 카파는 달랐다. 필자가 주목했던 것은 티셔츠 하나에도 입체 재단 기법을 도입해서 슬림 라인을 잡아주는 것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던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나이키아디다스’, ‘리복으로 대변되는 Athletic 스포츠 시장과 ‘Fila’, ‘Head’ 등으로 대변되는 Fashion 스포츠 시장의 gap이 너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중간 market을 커버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변수일 수도 있는 부분인데 일부 생활체육인들에게 싸구려처럼 인식되어지기는 했지만 바로 잊혀졌다는 점이다. 바로 그 점이 시장에 재진입하는 데 명확한 전략을 수립하는 근거가 되었기 때문이다. 인지도가 낮다는 것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주는 것이고 ‘kappa’는 이태리를 origin으로 하는 오히려 매우 감성적인 브랜드라는 측면으로 다가간다면 대다수의 소비자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을 하게 된 것이다.

 

물론 업계에 있는 많은 지인들은 이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어쩌다 이 친구가 3류 시장 브랜드까지 가게 됐느냐며 위로의 말을 더 많이 했고, 정작 브랜드를 도입한 당사자인 대표까지도 이 브랜드가 성공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당신밖에 없다라는 말을 서슴지 않았으며 브랜드를 만드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옷을 팔 수 있을까만 고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의 생각은 단호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단호해졌다. 내수시장에서의 컨셉도 명확히 결정했다.

 

“Sexy Sports”

섹시한 스포츠룩을 표방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운동을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건강을 생각한다. 이 명제가 모든 사람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생각은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몸짱이 되고 싶고, 식스팩을 만들고 싶어 하고, S 라인 몸매를 갖고 싶어 하는 근본적인 욕구의 지향은 sexy appeal이라면 지나친 확대일까?

 

그것이 바로 마케팅 불변의 법칙포지셔닝이 던져준 메시지를 적용한 결과다. ‘kappa’는 그렇게 해서 새롭게 태어났고 런칭하자마자 말 그대로 대박을 터뜨렸다. 상품구성과 2단계 전략에 대한 의견 충돌로 런칭 직전 그만 두는 바람에 대박의 달콤한 열매는 다른 사람의 차지가 되긴 했지만 그래도 내 가슴속엔 힘들었으면서도 가장 심혈을 기울인 브랜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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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이영세 2019.03.30 13:09
최원장이 컬럼도 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