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섬유박물관 엄마의 기록 딸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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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섬유박물관 엄마의 기록 딸의 기억

정우영 기자 0 2026.06.18

대구섬유박물관(관장 박미연)이 오는 623일부터 817일까지 대구섬유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특별전 손끝으로 이어진 시간: 엄마의 기록, 딸의 기억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평안남도 진남포가 고향인 임영희(1922~2015)님이 남긴 일기와 바느질, 그리고 이를 기억하는 딸들의 기록을 통해 한 사람의 삶과 그 시대를 돌아보는 전시다. 임영희 님은 해방과 한국전쟁을 지나는 평생의 시간 동안 일기를 썼다. 1946년부터 2015년까지 이어진 일기에는 이산의 아픔, 가족에 대한 그리움, 일상의 기록과 바느질하며 견뎌온 세월이 담겨있다.


특히 이번 특별전은 국가기록원에 소장된 임영희 님의 일기 기록과 더불어 그의 딸 박경자 님이 어머니가 직접 지은 의복과 바느질 관련 자료를 대구섬유박물관에 기증하면서 개최의 발판이 마련되었다. 전시에서는 일기장을 비롯해 소중한 기증품을 중심으로 선보인다. 옷을 단순한 복식 자료가 아닌 딸들의 기억을 담은 매개로 바라보며 어머니의 기록과 딸들의 기억이 마주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어머니의 삶과 시대를 딸들의 시선으로 조명하며 총 6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전시는 치유의 일기, 그리고 바느질 어머니의 시간 어머니의 꿈, 거실의 디자이너 두 개의 시선, 마주 보는 기억 오래된 미래: 다시 살아난 것들 계속되는 일상, 이어지는 기억 순으로 펼쳐진다. 빛바랜 기록과 옷결 속에 녹아 있는 그 시절 어머니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전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 현대사의 거친 풍파를 묵묵히 버텨내면서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았던 어머니의 단단한 시간을 마주한다. 70여 년간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쓴 일기장, 어머니의 긴 세월을 함께한 브라더 재봉틀, 미도파 백화점에서의 추억, 그리고 딸들의 손을 잡고 숲을 거닐던 산책길의 기억 등 빛바랜 사진과 유물들 속에 녹아 있는 한 여성의 내밀하면서도 위대한 연대기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따뜻한 울림을 전할 것이다.

 

한평생 가족의 곁에서 묵묵히 삶을 일구고 옷을 지어온 어머니는 자녀들에게 세상에 단 하나뿐인 패션디자이너였다. 어머니가 만든 아사 수 재킷이나 소품에는 기성복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함이 존재한다. 단추의 위치 하나, 색의 조합, 형태의 과감한 선택에서 고유의 세련된 미적 감각이 드러난다. 전시에서는 어머니가 미처 펼치지 못했던 패션디자이너로서의 꿈과 열정이 집안의 거실이라는 가장 일상적인 무대에서 어떻게 피어났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특히 형태의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동시에 고민하며 정교하게 완성해 낸 의도된 조각 재킷, 그리고 같은 천을 활용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로 탄생시킨 의상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또한, 어머니의 기품 있는 안목이 고스란히 깃든 단정한 기본 스타일의 재킷과 소품들을 통해 평범한 일상 속 자신만의 예술적 감각과 품위를 잃지 않았던 한 여성의 세계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다.

 

한 벌의 옷에는 옷을 만드는 순간의 기억과 그 옷을 입고 시간을 보낸 기억이 함께 쌓인다. 어느 여름날의 모시 한 자락, 홍콩 양단 나이트가운 등을 매개로 어머니와 딸의 시선이 한자리에서 마주한다. 빛바랜 옷결 속에 담긴 다정한 기억들이 오늘날의 이야기로 어떻게 다시 이어지는지 시각적으로 연출하여 모녀간의 깊은 유대감을 보여준다. 전시에서는 정형화된 유물 관람을 넘어 하나의 물건이 저마다의 시선에 따라 얼마나 다채로운 감정과 역사로 기억될 수 있는지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다.

 

물자가 부족했던 시절, 어머니는 남은 자투리 천과 헌 옷을 버리지 않고 뒤집고 덧대어 새로운 쓰임을 만들어냈다. 옷 안감을 뒤집어 만든 우라까이앙상블이나 구멍 난 곳을 덧대어 고쳐 신은 덧버선처럼, 작은 조각들은 어머니의 손끝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오래 입고, 고쳐 쓰고, 남은 것을 살려 쓰던 시간 속 지혜로운 삶의 태도는 오늘날의 삶의 방식을 다시금 성찰하게 만든다. 전시에서는 과소비와 환경오염이 화두인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오래된 미래로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돌아보게 만드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버려지는 것들에 다시 숨을 불어넣고 물건의 수명을 이어가려 했던 어머니의 단정한 일상을 통해, 관람객들은 단순한 절약을 넘어 삶을 대하는 태도와 지혜가 무엇인지를 깊이 있게 확인할 수 있다.

 

이번 특별전은 개인의 일상 기록이 시대를 증언하는 공공의 역사로 확장되는 가치를 인정받아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고 한국박물관협회가 주관하는 ‘2026 공사립, 대학 박물관 K-뮤지엄 지역 순회 전시 및 투어 지원 사업에 최종 선정됐다. 대구섬유박물관에서 81일간 진행되는 1차 본전시에 이어 지역 간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2차 순회전이 곧바로 열린다. 2차 순회전은 91일부터 30일까지 한 달간 경북 청도군 이서면에 위치한 갤러리 이서에서 진행된다.

 

전시 기간 중에는 체험 교육 시간을 잇는 바느질, 기억을 수놓다가 진행된다. 여성의 삶을 일기와 바느질 유물을 중심으로 들여다보고 소중한 사람과의 기억을 새롭게 시각화하여 기록해 본다. 청소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하며, 대구섬유박물관에서는 202671일부터 723일까지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총 8회 운영된다. 이어 2차 순회전이 열리는 청도의 갤러리 이서에서는 95일부터 919일 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총 3회에 걸쳐 진행된다. 교육프로그램은 대구섬유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참가자를 모집한다.

 

전시 기간 중 지역 순회 투어를 하는 대구와 청도의 산업 문화유산을 직접 둘러보는 특별한 답사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토크콘서트와 연계해 진행되는 섬유도시 대구, 기억을 걷다는 참가자들에게 올가을 두 지역의 다채로운 역사와 문화적 매력을 깊이 있게 느낄 수 있는 의미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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